그렇게 ‘코엑스 웨딩박람회’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아직 문 연 지 10분밖에 안 됐건만, 이미 입구부터 커플들로 꽉 찼다. 진짜 놀란 건 다들 거의 ‘정보 수집 요원’처럼 표정이 진지하다는 것. 누가 보면 취업 면접 보는 줄 알겠다. 우리도 바로 정신 바짝 차리고 작전 개시.

1. 전략은 ‘동선 확보 + 브로셔 수집’

입장하자마자 받은 웨딩 지도(!)를 펼쳐놓고 일단 ‘드레스 – 메이크업 – 스튜디오’ 순서로 동선을 정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스드메 상담이 제일 많고 경쟁이 치열하다. 우리가 먼저 움직여야 웨딩 대기열의 희생양이 되지 않는다.

한 부스에서 설명을 듣는 동안 다른 부스로 미리 예약 이름 적어두고, 설명 끝나면 바로 다음으로 넘어가는 ‘분업형 작전’도 가동. 우리 커플, 이렇게 팀워크 좋았던 적 있었나 싶다.

2. 친절함과 상술 사이, 그 미묘한 줄타기

코엑스 웨딩박람회 장점은 다양한 업체를 한자리에서 비교할 수 있다는 것. 웨딩홀, 한복, 예물, 신혼여행까지 없는 게 없다. 설명도 잘 해주시고, 실제 견적서도 뽑아주니 현실감이 확 온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건 ‘지나친 혜택의 유혹’.

“오늘만 계약하시면 드레스 업그레이드 무료!”
“사전예약 고객만 드리는 3종 사은품!”
이런 말 들으면 솔직히 흔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계약은 꼭 집에 와서 다시 생각해보고 하자는 게 내 조언. 그날은 일단 브로셔와 견적서, 혜택 내용만 꼼꼼히 챙겨오면 된다.

3. 사은품은 덤이지만, 기분은 플러스

웨딩박람회 가면 ‘이것도 받고 저것도 주네~’ 싶은 선물들이 꽤 많다. 오늘 받은 것만 해도 소형 가전 샘플, 예비부부 수첩, 커피 기프티콘, 심지어 떡 케이크 교환권까지. 물론 이벤트 참여하고, 설문조사 하고, 팔뚝에 근육 생길 만큼 가방 들고 다녀야 하지만 그래도 나름 뿌듯하다.

특히 마음에 들었던 건 신혼여행 업체 부스에서 받은 여행 가이드북. 설명도 잘 해주고, 실제 지역별 후기까지 있어서 그 자리에서 신혼여행지를 결정할 뻔했다. (물론, 예산 확인 후 현실로 돌아옴.)

4. 예비부부라면 꼭 한 번은 경험해볼 행사

코엑스 웨딩박람회는 단순한 박람회 그 이상이다. 결혼 준비의 흐름을 잡고, 비교하고, 직접 체험해보는 공간이다. 인터넷 후기만으로는 절대 알 수 없는 부분들—예를 들어 드레스 원단의 질감, 메이크업 아티스트의 성향, 웨딩홀 실내 분위기 같은 것들을 한 번에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예비 신랑과 나란히 앉아 상담을 듣고 선택하는 그 과정 자체가 추억이 된다. 평소엔 서로 바빠서 ‘결혼’ 이야기를 진지하게 나누기 어려웠는데, 이날만큼은 온종일 함께 결혼에 대해 고민하고, 웃고, 토론했던 하루였다.

다음은 ‘진짜 계약’의 시간

코엑스 웨딩박람회에서 수확한 정보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받은 자료들을 펼쳐놓고, 하나하나 비교 분석해서 결정할 차례. 그리고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현장 계약은 신중히! 마음에 드는 업체가 있다면 카드 꺼내기 전에 꼭 둘이만의 회의 시간을 가지길 추천한다.

결혼 준비는 인생의 중요한 여정 중 하나다. 그리고 그 출발선에서 코엑스 웨딩박람회는 우리에게 방향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어줬다.